"이러다 중국에 완전히 점령 당할 판"…'심각한 상황' 경고

입력 2024-03-14 11:11   수정 2024-03-14 11:29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값싼 중국산 패널의 공세에 미국 태양광 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패널 가격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美, 사실상 中 일대일로 전선 편입”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에너지 관련 데이터 제공업체 우드맥킨지 자료에 기반해 전 세계에 공급되는 태양광 패널 가격이 와트(W)당 10센트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0%가량 낮은 수준이다.

중국산 패널이 대량으로 밀려 들어온 데 따른 결과다. 2019년 초까지만 해도 500메가와트(MW) 수준이었던 미국의 패널 수입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사상 최고치인 6000MW까지 늘어난 상태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4분의 3을 담당하는 중국은 지난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려 1t와트 이상을 공급했다. 전 세계 수요 대비 3배 많은 양을 시장에 밀어 넣고 있는 셈이다. FT는 “중국의 태양광 시장 장악력은 2030년까지 견고하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국제는 IRA 혜택을 적용한 미국제보다 월등히 낮은 값에 팔린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데이터 조사업체 BNEF에 따르면 미국산 셀로 만들어진 태양광 전지와 모듈 가격은 올 연말까지 W당 18.5센트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산 셀에서 제조된 패널은 W당 15.6센트에, 중국산 패널은 W당 10센트가 좀 넘는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폴 레자노 BNEF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 업체들은 IRA 혜택으로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지만, 보조금 규모는 값싼 수입품과 경쟁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미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새로운 보호 무역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퍼스트솔라, 헬리엔 등 미 태양광 업체들은 수입산 패널에 대한 관세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남아산 태양광 부품에 대한 관세 유예 종료 시점(올해 6월)도 더 앞당겨달라는 요구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패널에 다른 국가(14%) 대비 높은 관세(25%)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을 표적으로 한 반덤핑 관세는 200%를 웃돈다.

미 최대 태양광 업체인 퍼스트솔라의 마크 위드마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은 사실상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확장 전선에 들어와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FT와 별도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이 국내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IRA 도입에도 115GW 프로젝트 취소·지연

미 전력 회사들이 값싼 수입산 패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 제조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자금을 댄 큐빅PV는 2022년 12월 발표한 연산 10기가와트(GW) 규모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캐나다 회사인 헬리엔도 미 미네소타주 태양전지 공장의 생산 능력을 500MW 확장하려던 일정을 뒤로 미뤘다. 헬리엔의 마틴 포치타루크 사장은 “시장 상황이 형편없다”며 “씹지 못하는 것을 깨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 태양광 업계 불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레자노 BNEF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IRA 법에 서명한 이래 총 115GW 규모의 태양광 관련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관측하면서 “징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덤핑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자국 내 수요 침체로 국내에서 공급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지자 미국 등 청정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 헐값으로 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초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대면한 자리에서 태양광을 비롯해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등 분야에서 덤핑을 자행할 경우 집단 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주력해 온 ‘제조업 부흥’ 프로젝트가 힘을 잃게 될 거란 우려도 상당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전직 관료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IRA 법을 무효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RA 법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보조금·면세 혜택이 대폭 줄어들 경우 미 태양광 업계는 중국이 완전히 점령한 유럽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IRA 법 도입 이후 스위스 태양광 기업 마이어버거 등이 독일 공장을 폐쇄하고 미 애리조나·콜로라도주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럽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활성화된 상황이다.

위드마르 퍼스트솔라 CEO는 “중국에 수문을 열어버리면, 우리는 유럽처럼 전략 산업을 잃고 말 것”이라며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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